경주 황오시장 도라지정과 – 전통의 지혜로 만든 폐와 목을 위한 한 입 간식
경주는 도시 자체가 역사다. 돌 하나, 기와 하나에도 이야기가 스며 있는 이 도시의 중심엔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이 있다. 바로 황오시장이다. 경주 시내 한복판, 경주역 근처에 위치한 이 전통시장은 아직도 손수 담근 장, 직접 키운 채소, 집에서 만든 떡과 간식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따뜻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에게 작지만 강한 건강을 전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도라지정과’다.
도라지정과는 말 그대로 도라지를 달여 만든 전통 과자다. 겉보기엔 단순한 유과처럼 보일 수도 있고, 말린 과일 같은 모습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한약에 가까운 간식이다. 도라지를 오래도록 달이고, 생강이나 꿀, 조청을 곁들여 가며 부드럽게 조린 이 음식은 단순한 단맛이 아니라, 목을 보호하고, 폐를 따뜻하게 감싸며, 면역력을 도와주는 약선 간식으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황오시장에서는 이런 도라지정과를 직접 만든다. 손질된 도라지를 정성껏 씻고,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번 물에 담갔다가 데친다. 이후 도라지를 썰어 생강, 꿀, 배즙 등을 넣고 낮은 불에서 오랜 시간 졸인다. 이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강한 불에서는 도라지가 타기 쉽고, 약한 불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 그 결과로 나온 도라지정과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 속에 깊은 향이 배어 있는 독특한 맛을 지닌다.
특히 환절기나 겨울철이 되면 황오시장 내 도라지정과 가게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목과 코를 건드리는 계절에, 이 작고 말랑한 간식 하나가 그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직접 말은 적지만 “목에 좋은 거 하나만 줘”라는 말에 상인은 말없이 도라지정과를 포장한다. 이런 풍경은 그 자체로 전통의 지혜가 시장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도라지는 한방에서 폐를 보하고 가래를 없애며, 기침을 멎게 하는 약재로 널리 쓰였다. 특히 감기, 기관지염, 비염, 편도선염 등에서 자주 활용되며, 폐열을 식히고 진정 작용을 해주는 식품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도라지를 오랜 시간 졸이면 쓴맛은 사라지고, 생강과 꿀의 따뜻한 기운이 더해져 체내 흡수가 더욱 편안한 형태로 바뀐다. 이러한 조리 방식은 단순히 입에 달콤한 정과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라지의 성질을 다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황오시장에서 만나는 도라지정과는 그렇게 완성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 몸에 필요한 기능을 조용히 채워주는 음식. 상인들의 손끝에서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진 이 간식은 ‘요즘 간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감각을 담고 있다. 그 감각은 건강이다. 음료나 약이 아닌, 씹고 천천히 삼키는 과정에서 몸을 따뜻하게 덥히고, 속 깊은 곳까지 가닿는 전통적인 힐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간식이다.
도라지정과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먹거리의 가장 중요한 지점을 짚어준다. 화려한 맛도, 눈에 띄는 비주얼도 아니지만,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순간에 작게 전달되는 기능성. 그 작고 조용한 음식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하고, 계절을 건강하게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이 황오시장에서 도라지정과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이유다.
도라지의 약리작용과 폐 건강을 위한 기능성 근거
도라지는 한방에서 예로부터 폐를 맑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재로 널리 사용돼 왔다. 생도라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사포닌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 사포닌은 단순히 쓴맛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면역세포의 활동을 자극하고, 기관지 내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 작용을 한다. 도라지정과는 이 도라지의 성질을 부드럽게 조리해 쓴맛은 줄이고, 효능은 살린 형태로 재구성한 간식이다.
도라지에 포함된 플라티코딘 D(Platycodin D) 라는 성분은 현대 의학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성분은 기관지 점막의 염증을 억제하고, 가래 배출을 촉진하며,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방어기전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플라티코딘은 알레르기성 비염, 만성 기관지염, 천식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분으로 분류되며, 최근에는 항암 효과와 면역 조절 능력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도라지는 소염작용과 더불어 간 기능 보호, 항산화 작용, 혈중 지질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잦은 흡연이나 미세먼지에 노출된 현대인의 폐 환경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도라지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폐 조직 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관지 점막의 방어능력을 높여주는 작용이 기대된다.
도라지를 오랜 시간 조려 만든 도라지정과는, 조리 과정을 통해 유효 성분의 안정성과 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예를 들어 도라지를 꿀이나 조청, 생강, 배와 함께 달이게 되면 각 재료의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꿀은 항균작용이 있어 도라지의 폐 보호 기능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생강은 체온을 높여줘 기관지 주변의 혈류를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배는 진정작용과 함께 기관지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역할을 하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도라지의 기능성이 극대화된다.
특히 도라지+생강+꿀 조합은 감기 초기에 가장 효과적인 민간 처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단지 민간요법이 아니라, 실제로 각 식재료의 기능성 성분이 염증 억제, 면역력 강화, 세포 보호라는 서로 다른 작용을 하면서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라지정과는 이러한 조합을 간식 형태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도라지정과는 단지 기침이 날 때 먹는 임시방편의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꾸준히 소량 섭취할 경우 계절 변화에 따른 호흡기 불편함을 줄이고, 만성적인 기관지 염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이, 노년층, 수험생, 흡연자, 말 많이 하는 직업군(강사, 성우, 교사 등)에게는 일상 속의 작은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라지는 ‘약재’에서 출발했지만, 도라지정과라는 형태를 통해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자연 기능성 간식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폐와 목 건강을 챙기는 정성스러운 조리 방식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경험과 과학이 맞물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황오시장의 전통 조리법과 정과가 가진 ‘조용한 기능식’의 철학
경주 황오시장에서는 도라지정과를 직접 만들어 파는 상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산업화된 대형 식품 가공공장과 달리, 이곳의 도라지정과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정성형 수제 간식이다. 그 과정은 단순히 ‘도라지를 졸인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도라지를 물에 불리고, 여러 번 헹구고, 데쳐서 쓴맛을 제거하고, 다시 조청이나 꿀에 재우고 천천히 졸이는 과정은 한두 번의 요리 경험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정성과 감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 조절이다. 도라지를 너무 강하게 졸이면 쉽게 탈 수 있고, 너무 약하면 속까지 양념이 배지 않는다. 그래서 황오시장의 상인들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만들지 않고, 소량씩 나누어 수십 번을 반복해서 조리한다. 이 과정에서 조청의 끈적임과 도라지의 조직감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생강즙과 꿀, 혹은 배즙을 넣어 풍미를 조절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도라지정과는 겉은 쫀득하고 속은 부드럽지만, 그 감촉은 정확히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너무 단단하면 씹히는 맛이 떨어지고, 너무 무르면 금세 상하거나 흐물거려서 식감이 나빠진다. 그래서 황오시장 상인들은 온도와 습도까지 고려하며, 계절에 따라 조청의 끓이는 시간을 조절한다. 이처럼 수작업 조리에는 수십 년간 쌓여온 현장 감각과 생활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황오시장의 도라지정과는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넣거나, 맛을 강하게 하기 위해 인공 향료를 넣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도와 수분을 정확히 조절해 자연스러운 보존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 방식은 현대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일수록 식품에 들어간 첨가물, 합성향료, 인공색소 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리 방식은 도라지정과를 ‘조용한 기능식’으로 만들어준다. 화려하게 드러나는 맛이나 비주얼은 아니지만, 몸속 깊은 곳까지 천천히 흡수되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건강한 변화를 유도하는 내면형 식사의 대표 사례다. 이런 음식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먹는 사람의 리듬에 맞춰 조율되는 ‘음식 철학’을 담고 있다.
황오시장에서 여전히 수작업으로 정과를 만들고 파는 상인의 손끝에는 전통의 감각, 건강의 의도, 그리고 정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지금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음식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도라지정과의 현대화 가능성과 기능 간식 시장에서의 확장성
지금의 식문화는 빠르고, 기능적이며,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음식을 선택할 때 건강 정보부터 검색하고, 간식 하나를 고를 때도 칼로리와 성분표를 확인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서 도라지정과는 의외로 매우 경쟁력 있는 기능 간식이 될 수 있다.
우선 도라지정과는 기본적으로 ‘한약과 간식의 경계’에 있는 식품이다. 약재를 기반으로 하되, 조리 방식은 과자와 유사하고, 먹는 방식은 간편하다. 휴대성도 뛰어나다. 개별 포장이 가능하고, 1회 분량 기준으로도 부담이 없다. 이런 구조는 현대 HMR(가정간편식)이나 FMR(기능성간식)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포맷이다.
예를 들어 ‘하루 한 조각 도라지정과’, ‘목이 간질간질할 때 한 입’, ‘면역 보조 스낵’ 등의 컨셉으로 구성된 도라지정과 제품은 실용성과 감성, 건강성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제품이 될 수 있다. 특히 사무실에서 말 많이 하는 직군,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 외부활동이 많은 유아동을 둔 부모 등 다양한 타깃층에 맞는 메시지 설정도 가능하다.
또한 도라지정과는 비건 스낵으로도 확장 가능하다. 유제품이나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식 기반의 기능간식 라인업에서 비건 기능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생강 스낵, 감초 사탕, 꿀차 젤리 같은 자연 기반의 기능성 식품이 꾸준히 성장 중이고, 도라지정과는 이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도라지정과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기 좋은 재료다. 경주의 전통시장, 오랜 시간 손으로 만든 정성, 한약적 지혜, 엄마의 마음 같은 감성은 온라인 스토어, SNS 마케팅, 로컬푸드 브랜딩에서도 큰 강점이 된다. 즉, 도라지정과는 지역성과 건강성,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갖춘 드문 식품이다.
결국 도라지정과는 그저 전통시장에서 파는 간식이 아니라, 현대인의 목과 폐를 지켜주는 일상 속 치유 식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주의 황오시장 한켠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이 작은 한 조각은 누군가에겐 겨울의 감기를 예방하는 도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많은 하루를 정리해주는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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